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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 속 게임들

이스(YS)4 – 이스의 여명(설레는 CD 게임의 신세계)

던버지 2026. 8. 14. 13:44

목차


    고대 문양과 돌벽을 배경으로 영문 제목이 표시된 PC엔진용 이스4 이스의 여명 타이틀 화면
    PC엔진 듀오로 처음 만난 CD 게임의 신세계를 열어 준 액션 RPG 이스4 이스의 여명 타이틀 화면입니다.

    신세계라는 말은 원래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를 뜻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꼭 거창한 의미가 아니더라도, 기대 이상으로 놀랍고 새로운 경험을 했을 때도 자주 쓰게 됩니다. 이전까지 몰랐던 영역을 처음 알게 되었거나, 상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건 신세계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리고 제 기억 속에서 PC엔진 듀오와 이스4가 바로 그런 존재였습니다.

    새로 구한 PC엔진 듀오였지만, 정작 게임기를 사는 데 돈을 다 써버려서 한동안은 본체만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임기는 손에 넣었는데 정작 제대로 즐길 게임 CD가 없다는 것이 꽤 답답했습니다. 저와 동생은 이 새로운 콘솔에 어떤 재미있는 게임이 있을까 계속 이야기하곤 했고, 결국 얼마 뒤 게임 CD 하나를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동생에게 게임 매장에 가서 게임 CD 하나를 구해 오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 오라고 했는지, 교환해 오라고 했는지는 지금 와서는 조금 흐릿합니다. 벌써 30년이 넘은 일이니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형제에겐 그야말로 신세계 게임

    그렇게 해서 동생이 혼자 가서 구해 온 게임이 바로 이스4, 이스의 여명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스 시리즈 자체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PC엔진 듀오도 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아마 게임 매장 사장님이 추천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손에 들어온 이스4 CD를 PC엔진 듀오에 넣고 전원을 켠 뒤, 처음 오프닝이 시작되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그 순간의 충격은 지금도 꽤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스4: The Dawn of Ys는 1993년 12월 22일 일본에서 PC엔진 CD-ROM²용으로 나온 액션 RPG로, 허드슨이 제작한 이스4 버전입니다. 같은 “이스4”라는 이름으로 슈퍼패미콤판도 있었지만, PC엔진판은 연출과 구성에서 보다 자유롭게 전개된 별개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당시 저와 동생에게 이스4는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CD라는 매체가 게임에 쓰인다는 점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CD 한 장이 담을 수 있는 데이터량은 일반 롬 카트리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컸기 때문에, 사운드나 연출, 그래픽에서도 분명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본 이스4의 오프닝은 그런 예상조차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이었습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짧은 오프닝 하나인데도,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림과 연출, 그리고 게임 세계관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 함께 밀려오니 그 순간에는 말 그대로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PC엔진 CD-ROM² 계열 이스 시리즈는 당시부터 오프닝 연출과 CD 음원 활용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스4 역시 그런 흐름을 강하게 이어간 작품으로 여겨졌습니다.

    거대한 갑옷을 입은 적 앞에서 아돌이 검을 들고 맞서는 이스4 이스의 여명 전투 연출 장면푸른빛이 감도는 배경에서 붉은 머리의 아돌이 검을 들고 있는 이스4 이스의 여명 오프닝 장면긴 머리의 두 여성이 어두운 신전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이스4 이스의 여명 스토리 장면
    검을 든 아돌의 오프닝부터 신전에서 기도하는 인물들, 강대한 적과의 대결까지, 이스4는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과 신비로운 세계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PC엔진 CD 게임의 매력을 강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CD 게임의 매력

    오프닝만 놀라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또 한 번 크게 놀랐던 점은, 주인공 아돌을 제외한 주요 인물들의 대사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실제 사람 목소리로 녹음되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게임 속 캐릭터가 말 그대로 육성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주는 몰입감이 정말 컸습니다. 그냥 글자를 읽고 상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물들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시 자료에서도 이 작품은 보이스 연출과 오프닝, CD 음원 활용이 강점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장르 역시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스4는 액션 RPG였는데, 젤다의 전설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턴제 RPG처럼 메뉴를 고르며 싸우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움직이며 적과 부딪치고, 필드를 누비며 모험을 이어 가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훨씬 속도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PC엔진판 이스4는 이스 1, 2와 비슷한 탑다운 방식의 진행을 계승했고, 아돌이 적에게 몸을 부딪쳐 공격하는 고전 이스 특유의 전투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또 이스 2에서 도입된 마법 시스템도 이어졌습니다.

    그때 저와 동생은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PC엔진 듀오를 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8비트라는 말이 붙어 있어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 경험한 PC엔진 듀오는 그런 단순한 숫자 구분이 무색할 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기기였습니다. 적어도 저와 동생이 처음 이스4를 켰을 때 느꼈던 감정은, 이 게임기가 전혀 뒤처진 기계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새로운 장치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놀라움의 연속, 그리고 설레는 마음

    그리고 PC엔진 듀오를 두고 제가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 일도 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는 게임뿐 아니라 음악 CD를 듣는 재미에도 한창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것도 어차피 같은 CD인데, 음악 CD를 PC엔진 듀오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큰 기대 없이 그냥 한번 해본 것이었습니다. 아마 아무 반응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음악 CD를 넣고 전원을 켜 보니, PC엔진 듀오가 그것을 게임 디스크가 아니라 오디오 CD로 인식해 재생용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뭐야, 진짜 되네?” 하고 또 한 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PC Engine Duo 계열은 CD-ROM²와 Super CD-ROM² 게임을 지원하는 통합형 기기였고, 오디오 CD 재생 기능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가져 봤던 여러 게임기 가운데 이렇게까지 신기하고 놀라웠던 기기는 PC엔진 듀오가 거의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재믹스도, 메가드라이브도, 슈퍼패미콤도 각각 강한 인상을 준 기기였지만, PC엔진 듀오는 “이게 정말 게임기 맞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충격이 있었습니다. 게임 CD를 넣으면 애니메이션 같은 오프닝과 육성 대사가 나오고, 음악 CD를 넣으면 실제로 재생까지 되는 기기였으니, 당시의 저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미래처럼 느껴졌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스4를 경험한 뒤, 저와 동생은 자연스럽게 다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스4가 이 정도면, 그럼 다른 인기작들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

    붉은 노을이 진 바다에서 아돌과 동료가 배를 타고 이동하는 이스4 이스의 여명 장면산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금발 여성 캐릭터가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이스4 이스의 여명 장면노을을 배경으로 거대한 흰 나무와 The Dawn of Ys, The End 문구가 표시된 이스4 이스의 여명 엔딩 화면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 주는 장면부터 붉은 노을 아래 이어지는 아돌의 여정, 거대한 나무와 함께 마무리되는 엔딩까지, 이스4는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과 음악으로 모험의 설렘과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결국 이 게임 하나가 PC엔진 듀오 전체에 대한 기대를 훨씬 더 크게 만들어 준 셈입니다. 그렇게 저희 형제는 다음에는 어떤 게임을 해보게 될지, 또 어떤 새로운 충격을 받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게임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제 기억 속 PC엔진 듀오는 단순히 게임기 하나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가 계속 열릴 것만 같은 기계”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