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 추억 속 게임들

이스(YS)3 – 횡스크롤과 다른 방향의 낯선 변주

던버지 2026. 8. 17. 10:20

목차


    PC엔진 듀오를 통해 처음 이스(YS)4를 접했을 때, 저와 동생은 그야말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프닝부터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이 펼쳐지고, CD 매체 특유의 풍성한 사운드와 음성 대사까지 더해지니 그때까지 경험했던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스라는 이름 자체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몇몇 다른 게임들을 즐긴 뒤, 저희 형제는 결국 이스(YS)3을 구해 오게 되었습니다. 이스(YS)4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으니, 이스(YS)3도 당연히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고대 문양이 새겨진 장식 배경에 Wanderers From Ys 제목과 이스 로고가 표시된 이스3 타이틀 화면
    이스4와는 전혀 다른 횡스크롤 액션 RPG의 모험을 예고했던 PC엔진용 이스3 이스로부터 온 방랑자의 타이틀 화면입니다.

    횡스크롤 진행 방식의 게임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스(YS)3은 이스(YS)4와는 꽤 다른 느낌의 게임이었습니다.

    재미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스(YS)4를 처음 했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과 감동에 비하면 조금 덜하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습니다. 이스(YS)4 - 이스의 여명이 1993년에 나온 게임이라면, 이스(YS)3 - 이스로부터 온 방랑자는 그보다 앞선 1989년 게임이었으니 약 4년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4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 게임 기술과 연출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그 차이는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래픽이나 연출, 음악의 인상 같은 전반적인 분위기에서는 확실히 이스(YS)4가 더 화려하고 세련되게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가장 당황하게 했던 것은 게임의 진행 방식이었습니다.

    게임 CD를 PC엔진 듀오에 넣고 전원을 켠 뒤, 오프닝과 타이틀 화면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크게 이상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플레이를 시작해 보니, 이스(YS)3은 횡스크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었던 것입니다. 이스(YS)4를 워낙 재미있게 했던 저희 형제로서는 이 점이 상당히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액션 RPG라고는 하지만, 이스(YS)4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진행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는 이스(YS)3의 횡스크롤 구조가 처음에는 꽤 어색했습니다.

    몸통 박치기와는 다른 방향의 재미

    특히 이스(YS)4 특유의 이른바 몸통 박치기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이스(YS)3의 액션 감각은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스(YS)4에서는 필드를 돌아다니며 적과 부딪치는 감각이 자연스러웠는데, 이스(YS)3은 점프하고, 좌우로 움직이며, 플랫폼 액션에 가까운 감각으로 적과 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정말 같은 시리즈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RPG라고 하면 떠오르는 필드 탐험과 마을 이동, 던전 공략의 감각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횡스크롤 구조 안에 들어가 있으니 제게는 다소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어두운 동굴에서 아돌이 공중의 적을 공격하고 아래에 플레이어와 적의 체력 막대가 표시된 이스3 전투 화면
    동굴을 좌우로 이동하며 점프와 검 공격으로 적을 상대하는 장면으로, 기존 이스의 몸통박치기 전투와 달랐던 이스3만의 횡스크롤 액션을 보여 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어렵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횡스크롤 방식이었기 때문에 진행 자체는 생각보다 크게 막히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RPG 게임들은 일본어나 영어를 어느 정도 해석해 가며 마을을 돌아다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단서를 모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스(YS)3은 구조상 앞뒤로 이동하며 길을 찾다 보면 다음 장소로 이어지고, 던전에 들어가 보스를 물리치면 다시 새로운 지역으로 나아가는 흐름이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마을에서도 앞뒤로 이동하며 사람들과 대화하고, 다음 목적지를 찾아가는 방식이어서 언어 장벽이 있어도 완전히 막혀 버리는 경우는 적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점은 당시 저에게 꽤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본어나 영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는 감각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스(YS)3은 아주 복잡한 RPG처럼 수십 시간을 붙잡고 씨름해야 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비교적 직관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액션 RPG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처음엔 낯설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그 나름대로의 리듬이 있었습니다. 점프와 공격을 반복하며 보스를 상대하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해 다시 모험을 이어 가는 흐름은 이스(YS)4와는 다른 방향의 재미를 주었습니다.

    낯선 변주 같은 이스(YS)3

    그리고 결국 엔딩을 봤을 때는 나름의 만족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스(YS)4와 너무 다르다는 점 때문에 어색했지만, 끝까지 플레이하고 나니 “생각보다 꽤 재미있게 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게임 하나를 클리어했다는 만족감도 있었지만, 이스(YS)4의 엔딩을 보고 그 전작인 이스(YS)3까지 이어서 엔딩을 봤다는 점도 기분 좋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시리즈를 더 깊이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스(YS)3은 처음의 당황스러움과는 별개로, 끝에 가서는 분명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 게임이었습니다.

    숲길 앞에 선 금발 여성이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이스3의 엔딩 장면
    엘레나가 숲길을 떠나는 아돌과 도기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낯설었던 횡스크롤 모험을 끝까지 마친 뒤의 잔잔한 여운을 전하는 장면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스(YS)3은 이스(YS)4와 비교해서 부족했다기보다, 방향이 많이 달랐던 게임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스(YS)4가 CD 매체의 장점을 살린 화려한 연출과 풍부한 분위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면, 이스(YS)3은 보다 직선적이고 단순한 액션 RPG 구조 안에서 나름의 재미를 보여 준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질감이 컸지만, 끝까지 해보고 나면 “아, 이 게임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미있는 게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이스(YS)3은 제 기억 속에서 조금 독특한 위치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엔딩까지 보고 나서는 꽤 괜찮은 추억으로 남은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스(YS)4가 신선한 충격이었다면, 이스(YS)3은 그 충격 뒤에 따라온 낯선 변주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지금도 이스 시리즈를 떠올리면 이스(YS)4 못지않게 이스(YS)3을 했던 당시의 기억도 함께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