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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 속 게임들

버추어 파이터 – 최초 3D 폴리곤 격투 게임, 동작의 사실감

던버지 2026. 8. 18. 15:02

목차


    푸른색 배경에 Virtua Fighter 제목과 세가 로고가 표시된 아케이드 게임 타이틀 화면
    2D 격투 게임이 오락실의 중심이던 1993년, 각진 폴리곤 캐릭터와 입체적인 움직임으로 새로운 3D 격투 게임 시대를 열었던 버추어 파이터의 타이틀 화면입니다.

    최초 3D 대전 격투 게임

    중학교 2학년 무렵, 동네 오락실은 그야말로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시대였습니다.

    이 게임이 나온 뒤로 대전 격투 게임은 정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시작으로 아랑전설, 용호의 권, 모탈 컴뱃, 월드 히어로즈, 사무라이 스피리츠,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게임들이 계속 등장했고, 오락실에 가면 어디서든 누군가는 격투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레버와 버튼 조합으로 필살기를 쓰고 상대를 쓰러뜨리는 방식은 정말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무렵 격투 게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오락실 문화의 중심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그 흐름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오락실에 들러 스트리트 파이터 2를 구경하곤 했고, 가끔은 직접 동전을 넣고 플레이도 했습니다. 오락실 안은 늘 시끄럽고 뜨거웠고, 누가 더 잘하는지, 누가 어떤 필살기를 잘 쓰는지, 어떤 캐릭터가 강한지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당시 오락실의 분위기는 지금 떠올려도 참 왁자지껄했습니다. 온 동네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게임 하나로 흥분하고 떠들고 구경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1학년 가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락실에 갔다가 조금 낯선 게임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분명 격투 게임은 맞는데, 그동안 보아 왔던 2D 격투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였습니다. 이 게임은 1993년 세가 AM2가 만든 아케이드 격투 게임으로, Model 1 기판을 사용한 최초의 본격 3D 폴리곤 대전 격투 게임으로 널리 평가받습니다. 당시 2D 격투 게임이 절대적인 중심이던 시기에 버추어 파이터가 등장하면서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화면을 봤을 때의 인상은 솔직히 조금 이상하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기존 2D 격투 게임들은 배경도 화려하고 캐릭터도 비교적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버추어 파이터는 모든 캐릭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각진 폴리곤 형태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배경도 훨씬 단순해 보였고, 처음에는 “이게 정말 재미가 있는 게임일까?” 싶은 느낌도 조금 들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3D 폴리곤 그래픽 자체가 아직 낯선 시대였기 때문에 그 각진 모습이 오히려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낯섦이 결국 이 게임의 가장 큰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격투기 동작의 사실감

    특히 놀라웠던 점은, 이 게임이 단순히 화면만 3D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격투 자체의 감각도 이전과 달랐다는 점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나 모탈 컴뱃 같은 게임들은 화려한 필살기와 강한 연출이 핵심적인 재미였다면, 버추어 파이터는 훨씬 실제 격투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 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기술 구성이 과장된 초필살기보다 현실적인 타격과 자세 변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고, 캐릭터들도 각자 다른 무술 스타일을 기반으로 움직였습니다. 공식 시리즈 역사 소개에서도 버추어 파이터는 1993년 2D 격투가 주류이던 시기에 폴리곤 기반 모델을 사용한 최초의 격투 게임으로 큰 영향을 남긴 게임으로 소개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작의 사실감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이건 기존 격투 게임과 개념이 다르다”는 느낌을 꽤 강하게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버추어 파이터는 실제 무술 동작을 연구하고, 3D 표현과 사실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며 만들어진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술을 쓰는 모습이 만화처럼 과장되기보다 실제 사람이 싸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단순히 누가 더 화려한 필살기를 쓰느냐가 아니라, 자세와 거리, 타이밍이 중요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오히려 더 신기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버추어 파이터는 버튼 구성이 펀치, 킥, 가드의 3개로 단순하지만, 조합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술이 파생되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버추어 파이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3D 게임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느낍니다.

    버추어 파이터에서 사라가 공중 회전 발차기를 하고 파이가 뒤로 젖혀지는 3D 대전 장면
    사라가 몸을 회전하며 발차기를 하고 파이가 충격으로 뒤로 젖혀지는 장면으로, 화려한 필살기보다 자세와 거리, 타이밍을 강조했던 버추어 파이터 특유의 사실적인 격투 동작을 보여 줍니다.

    3D 폴리곤 격투 게임의 출발점

    물론 그 이전에도 3D라는 개념 자체를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그리고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인기 장르 안에 본격적으로 녹여 낸 게임은 버추어 파이터가 처음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버추어 파이터는 이후 철권을 비롯한 여러 3D 격투 게임과 차세대 콘솔 방향에까지 큰 영향을 준 게임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세가의 공식 30주년 사이트에서도 이 게임을 3D 폴리곤 격투 게임의 출발점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 제 일상은 집과 오락실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채워 주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메가드라이브나 슈퍼패미콤으로 재미있는 콘솔 게임을 즐기고, 오락실에 가면 버추어 파이터를 보거나 직접 해보며 또 다른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저는 정말 매일같이 게임 속에 파묻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오락실은 단순히 게임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모여 함께 떠들고 구경하고 환호하던 작은 문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버추어 파이터는 “이제 게임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감탄을 주던 특별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버추어 파이터는 스트리트 파이터 2 이후 쏟아져 나오던 2D 대전 격투 게임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방향의 충격을 던져 준 게임이었고, 오락실이라는 공간이 여전히 새로운 기술과 놀라움을 보여 주던 장소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게임입니다. 지금 보면 그래픽은 투박하고 배경은 단순하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그 모든 것이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시작”처럼 보였습니다. 아마 그래서 버추어 파이터를 떠올리면 단순히 각진 캐릭터보다도, 처음 그 게임을 보고 느꼈던 낯설고도 강렬한 놀라움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