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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 속 게임들

철권1 - 버추어 파이터의 아류작, 그리고 초월이식

던버지 2026. 8. 22. 17:53

목차


    남코가 제작한 플레이스테이션용 철권1의 타이틀 화면
    1994년 아케이드로 등장한 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되며 본격적인 철권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 철권1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중고로 구입한 뒤 저와 동생은 정말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CD 매체로 구동되는 3D 게임을 집에서 직접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에는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투신전을 처음 해봤을 때도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릿지 레이서 같은 3D 레이싱 게임을 접하면서도 계속 놀라곤 했습니다. 정말 그 시기에는 오락실 게임과 집에서 하는 게임의 차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록 그토록 원하던 세가 새턴과 버추어 파이터는 아직 손에 넣지 못했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채 플레이스테이션을 정말 열심히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오락실의 3D 격투 게임 흐름을 다시 떠올려 보면, 버추어 파이터 1편은 1993년 가을쯤 등장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저와 동생이 플레이스테이션을 중고로 구입했던 시기인 1995년 상반기 무렵에도 오락실에서는 여전히 버추어 파이터의 인기가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세가 새턴으로 버추어 파이터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94년 12월, 남코에서 또 하나의 3D 격투 게임을 내놓습니다. 바로 철권1이었습니다. 철권1은 1994년 12월 아케이드로 처음 나왔고, 이후 남코를 대표하는 3D 격투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 게임입니다.

    버추어 파이터의 아류작

    처음 철권1을 봤을 때의 제 인상은 솔직히 말하면 “버추어 파이터의 인기를 따라 만든 아류작인가?”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3D 격투 게임이고,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 격투라는 점도 비슷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조금 더 들여다보니 철권1은 확실히 다른 매력을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버추어 파이터처럼 실제 무술의 사실감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느낌과는 달리, 철권1은 각 캐릭터의 개성과 기술 구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게임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기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8명의 캐릭터가 있고, 각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중간 보스가 따로 존재한다는 점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 중간 보스를 이겨야 최종 보스 헤이하치와 싸울 수 있다는 구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철권1을 둘러싸고 더 재미있는 일이 하나 생깁니다.

    오락실에서 이 게임이 점점 인기를 얻어 가던 어느 시점에, 니나라는 여성 캐릭터의 숨겨진 기술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철권1은 기본적으로 레버와 양손, 양발에 해당하는 네 개의 버튼으로 조작하는데, 이 네 버튼 조합을 이용해 니나의 고유 기술인 관절꺾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제대로 잡히면 상대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데미지도 상당히 강해서 체감상 거의 필살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이 기술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파생되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당시로서는 “이런 기술이 진짜 있다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철권1에서 니나가 폴에게 연속 관절기를 시작하는 장면철권1에서 니나가 폴의 팔을 꺾는 연속 관절기 장면철권1에서 니나가 폴에게 연속 관절기를 이어 가는 장면
    철권1에서 니나가 폴을 상대로 연속 관절꺾기를 이어 가는 장면으로, 여러 단계의 기술이 연결되며 큰 피해를 주는 니나 특유의 강력한 잡기 기술을 보여 줍니다.

    저는 그 니나의 관절꺾기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버추어 파이터보다 철권1 쪽으로 마음이 꽤 기울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게임 잡지에서 니나의 관절꺾기 커맨드를 알아낸 뒤에는 그걸 거의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오락실에 가면 그 커맨드를 계속 연습했습니다. 단순히 이기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기술 자체를 쓰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으로 기술이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정말 컸습니다. 그 시절 저에게 철권1은 단순한 3D 격투 게임이 아니라, “내가 꼭 익히고 싶은 기술이 있는 게임”이 되어 있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 된 철권1

    그러던 중 또 한 번 놀라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철권1이 1995년 3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되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철권1은 1995년 3월 31일 플레이스테이션판으로 출시되었고, 아케이드판을 뛰어넘는 이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저와 동생의 반응은 거의 동시에 같았습니다.

    “응? 철권1이 플레이스테이션에 나와?”

    그 말 그대로였습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너무 반갑고, 동시에 꼭 사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생겼습니다. 세가 새턴과 버추어 파이터를 위해 모으던 돈이 있었지만, 철권1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온다고 하니 계획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철권1을 먼저 사기로 합니다. 그때의 마음은 아마도 “사고 싶은 건 일단 사고 봐야 한다”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그랬듯 동생을 게임 매장에 보내 철권1을 사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동생을 기다리는 동안 저는 정말 가만히 있질 못했습니다. 집에서 철권1을 한다는 사실도 설렜고, 오락실에서만 연습하던 니나의 기술을 이제는 집에서도 마음껏 써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렇게 동생이 철권1 CD를 들고 집에 돌아왔고, 우리는 곧바로 플레이스테이션에 CD를 넣고 전원을 켰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또 한 번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락실에서는 볼 수 없던 오프닝이 흘러나온 것이었습니다. 저와 동생은 정말 넋을 놓고 보기만 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철권1에 등장하는 카즈야 미시마의 얼굴오프닝에서 격투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마샬 로우오프닝에서 달리고 있는 니나 윌리엄스
    철권1의 카즈야 미시마, 마샬 로우, 니나 윌리엄스가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으로, 각 캐릭터의 강렬한 인상과 개성을 보여 줍니다.

    “우와, 뭐지?”

    그 반응이 전부였습니다. 오프닝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놀라웠는데, 정작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는 더 놀랐습니다. 아무리 봐도 오락실과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오락실 게임을 가정용 콘솔로 옮기면 그래픽이 조금 줄어들거나, 배경이 단순해지거나, 캐릭터 크기가 작아지는 등 어딘가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판 철권1은 단순히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오락실판을 넘어서는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초월이식의 충격

    실제로 플레이스테이션판 철권1은 아케이드판에 없던 오프닝과 엔딩, 추가 플레이어블 캐릭터, 그리고 로딩 중 미니게임 갤러그까지 넣어 “초월이식”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와 동생이 느낀 충격도 바로 그 지점에서 왔습니다. 기본 캐릭터로 중간 보스를 이기고 최종 보스를 쓰러뜨리면, 그 중간 보스를 이후부터 직접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너무 놀라웠습니다. 단순히 오락실 게임을 집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집에서 하는 버전이 더 풍성하고 더 편하고 더 재미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철권1이 보여 준 셈이었습니다. 거기에 집에서 즐기는 철권이다 보니 시간에 제약없이 마음껏 기술을 연습할 수 있어 오락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졌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철권1의 쿠니미츠 캐릭터 선택 화면철권1 엔딩에서 카즈야가 헤이하치를 들고 절벽에 서 있는 장면플레이스테이션 철권1 로딩 화면에서 즐기는 갤러그 미니게임
    플레이스테이션판 사용할 수 있었던 쿠니미츠, 카즈야의 엔딩 장면, 그리고 로딩 중 즐길 수 있었던 갤러그 미니게임은 아케이드판을 넘어선 풍성한 추가 요소를 보여 줍니다.

    그때 생긴 표현이 바로 초월이식이었습니다.

    정말 그 말이 딱 맞는 게임이었습니다. 오락실의 철권1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플레이스테이션판 철권1은 그 재미를 집으로 가져오는 데서 멈추지 않고, 거기에 더 많은 요소와 더 좋은 환경까지 덧붙여 놓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와 동생에게 그것은 단순한 게임 한 장 이상의 사건이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오락실 게임을 이렇게 집에서 더 좋게 만들 수 있지?”라는 감탄이 계속 남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때 저와 동생은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세가 새턴이 아니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을 산 게 정말 잘한 일이야.”

    플레이스테이션의 철권1은 오락실에서만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차세대 격투 게임을 집에서, 그것도 더 풍성한 형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제대로 느끼게 해 준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를 더 특별한 존재로 느끼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철권1을 떠올리면 단순히 니나의 관절꺾기나 헤이하치와의 대결만이 아니라, 동생이 철권1 CD를 들고 집에 돌아오던 그날의 설렘과 첫 오프닝을 보며 넋이 나갔던 그 순간까지 함께 떠오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