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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 속 게임들

소울 엣지 – 무기 격투, 또 한번의 초월이식과 한국 캐릭터

던버지 2026. 8. 26. 20:05

목차


    1991년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오락실에 등장한 뒤 대전 격투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3년 버추어 파이터가 나오면서 이번에는 3D 대전 격투 게임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저 역시 그 흐름 속에서 2D 격투 게임과 3D 격투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즐겼고, 오락실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가장 뜨거운 공간이었습니다. 이후 철권, 투신전 같은 게임까지 나오면서 3D 격투 게임은 점점 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 갔습니다.

    그 무렵 남코는 철권 2를 아케이드로 내놓으며 3D 격투 게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었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의 이식도 큰 반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기에 남코가 철권과는 또 다른 방식의 3D 격투 게임을 선보이게 됩니다. 그 게임이 바로 소울 엣지였습니다. 소울 엣지는 1996년 2월 아케이드로 등장했고, 같은 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확장 이식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게임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소울 엣지 타이틀 화면
    1996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된 소울 엣지의 타이틀 화면. 무기를 사용하는 3D 격투 게임이라는 점에서 당시에도 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3D 무기 격투 게임

    처음 소울 엣지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무기였습니다. 기존 3D 격투 게임들이 맨손 격투를 중심으로 보여 주던 흐름 속에서, 소울 엣지는 칼, 쌍절곤, 창, 도끼 같은 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점부터가 신선했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사무라이 스피리츠처럼 무기를 사용하는 2D 격투 게임이 있었고, 3D에서는 투신전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소울 엣지는 남코가 철권 시리즈를 통해 쌓은 3D 격투의 감각을 바탕으로, 무기 격투라는 요소를 더 깊고 묵직하게 풀어낸 게임처럼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울 엣지가 버추어 파이터나 철권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재미는 있었습니다. 조작 방식도 철권과 비슷하게 네 개의 버튼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소울 엣지는 여기에 종베기, 횡베기, 발차기, 방어라는 개념을 얹어 전혀 다른 전투 감각을 만들었습니다. 같은 3D 격투 게임이라도 철권이 맨손 콤보와 타격감 중심이라면, 소울 엣지는 무기 특유의 거리감과 타이밍, 방향성이 더 강조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함께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의 초월이식

    남코는 철권 1과 철권 2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훌륭하게 옮기며 이미 가정용 이식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울 엣지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집에서 처음 소울 엣지 CD를 켰을 때, 그 기대는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판 소울 엣지는 아케이드판을 그냥 옮긴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모드와 영상, 음악, 연출을 더한 확장판에 가까운 또 한번의 초월이식이였습니다. 해외에서는 Soul Blade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추가 콘텐츠 덕분에 아케이드 이상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오프닝의 충격이 컸습니다. 철권 시리즈의 오프닝도 충분히 인상적이었지만, 소울 엣지는 한층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곡과 노래는 일반 격투 게임 오프닝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실제로 플레이스테이션판 오프닝 영상은 1996년 게임 영상 부문에서 SIGGRAPH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당시 기준으로도 굉장히 높은 수준의 영상 연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또한 소울 엣지는 보통 대전만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추가 모드와 다양한 즐길거리, 각 캐릭터별 스토리와 무기 설정이 꽤 잘 정리되어 있었고, 그래서 이 게임을 “싸우는 격투 게임”이 아니라 “캐릭터를 즐기는 게임”처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루는 무기와 전투 방식이 워낙 달랐기 때문에 보는 재미도 컸고, 실제로 넋을 놓고 구경하게 되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소울 엣지 오프닝에서 검을 든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
    플레이스테이션판 소울 엣지의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 화려한 영상 연출은 철권 시리즈에 이어 남코의 또 한 번의 초월이식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한국 캐릭터 황성경과 성미나

    소울 엣지에서 특히 반가웠던 부분 중 하나는 한국 캐릭터가 두 명이나 등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황성경과 성미나였는데, 그 시절 일본 게임에서 한국 캐릭터를 본다는 것 자체가 제게 는 꽤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황성경은 미츠루기와 함께 주인공급 비중으로 보였고, 성미나는 외형적인 매력과 긴 창을 활용한 스타일 덕분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케이드 초기판에서는 황성경이 한국판에서 먼저 등장했고, 이후 개정판과 플레이스테이션판을 거치며 정식 개성을 갖춘 캐릭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철권 2에서 백두산을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처럼, 소울 엣지의 황성경과 성미나를 볼 때도 “남코가 한국 캐릭터를 참 멋지게 만들어 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국적만 붙여 둔 캐릭터가 아니라, 외형과 무기, 전투 스타일까지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 반갑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은 당시 한국 게이머 입장에서는 꽤 크게 다가오는 요소였습니다.

    소울 엣지의 한국 캐릭터 성미나가 등장하는 장면소울 엣지의 한국 캐릭터 황성경이 등장하는 장면
    소울 엣지에는 황성경과 성미나처럼 인상적인 한국 캐릭터가 등장해, 당시 한국 게이머들에게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특이한 엔딩 구조

    소울 엣지에서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엔딩 구조였습니다. 철권처럼 CG 영상으로만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 화면을 바탕으로 대화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가 들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별 서사가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이 엔딩이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특정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나 결과에 따라 갈라지는 분기형 구조를 보여 준 점도 정말 신선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츠루기의 경우 특정 결투 장면의 결과에 따라 엔딩 흐름이 달라지는 식이어서, 한 번 보고 끝내는 게임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판이 아케이드판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확장된 스토리 모드와 캐릭터별 콘텐츠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소울 엣지는 철권 뒤에 나온 또 하나의 3D 격투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남코가 철권으로 쌓은 기술과 감각을 바탕으로, 무기 격투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재미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 게임이었습니다. 이후 이 시리즈는 소울칼리버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장수 시리즈가 되었고, 지금도 무기 기반 3D 격투 게임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 역시 시리즈가 점점 화려해지는 모습을 봤지만, 이상하게 제 기억 속에 가장 또렷한 게임은 여전히 투박하면서도 강한 개성을 지녔던 첫 게임 소울 엣지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소울 엣지는 고전 격투 게임이 아닙니다. 철권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놀라움을 주었던 3D 무기 격투 게임이자, 플레이스테이션 시절의 감성과 함께 남아 있는 특별한 추억입니다. 당시에는 철권만큼 대중적인 열기를 누리지 못했던 것처럼 보여도, 직접 해 본 사람에게는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긴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그래서, 지금도 소울 엣지를 떠올리면 그 시절 TV 앞에서 처음 오프닝을 보며 감탄하던 순간까지 함께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