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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 속 게임들

플레이스테이션 펩시맨 추억, 군 휴가 끝자락에 만난 유쾌한 B급 액션 게임

던버지 2026. 9. 2. 14:07

목차


    플레이스테이션용 펩시맨 게임 패키지와 펩시맨 캐릭터
    1990년대 펩시 광고의 독특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만든 플레이스테이션용 펩시맨. 광고 속 코믹한 분위기를 게임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군 입대 후 두 번째 정기 휴가를 나와 메탈기어 솔리드와 사일런트 힐을 정신없이 즐기다 보니 어느새 휴가도 2~3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처음 휴가를 나왔을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는데, 며칠 동안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게임까지 몰아서 하다 보니 슬슬 피곤함도 느껴졌습니다.

    특히 메탈기어 솔리드와 사일런트 힐처럼 긴장하면서 집중해야 하는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다 보니 조금 가볍게 즐길 만한 게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이 그동안 사다 놓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CD들을 하나씩 다시 살펴보다가 유난히 눈에 띄는 게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케이스에 그려진 캐릭터가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었습니다.

    ‘어? 뭐야 이거? 이런 것도 게임으로 나왔네?’

    제가 집어 든 게임은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용 펩시맨이었습니다.

    당시 광고에서 재미있게 봤던 펩시맨이 진짜 게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웃기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별 기대 없이 시작했던 이 게임은 짧은 휴가의 끝자락에서 의외로 기억에 남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 되었습니다.

    1990년대 펩시 광고와 펩시맨의 추억

    1990년대 후반 콘솔 게임 시장을 떠올리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의 경쟁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음료 시장에서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서로 강하게 경쟁하고 있었습니다.어린 시절부터 코카콜라는 언제나 콜라의 대표 브랜드 같은 이미지가 강했고, 펩시는 그 뒤를 추격하는 경쟁자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 펩시가 1990년대 일본 광고를 통해 독특한 캐릭터 하나를 선보였는데, 바로 펩시맨이었습니다.

    은색 슈트에 파란색과 빨간색 문양이 들어간 단순한 모습이었지만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캐릭터였습니다. 펩시를 필요로 하는 장소에 갑자기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사고를 당하는 식의 코믹한 광고가 많았습니다.거창한 대사를 하는 영웅도 아니었고, 멋진 필살기를 사용하는 캐릭터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열심히 달려가 펩시콜라를 전달하고 마지막에는 늘 넘어지거나 무언가에 부딪히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저 역시 당시 펩시맨 광고를 몇 번 보면서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그 광고 캐릭터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주인공까지 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군 휴가를 나와 동생의 게임 CD 사이에서 펩시맨을 발견했을 때 더욱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펩시맨의 단순한 게임 방식

    호기심에 펩시맨 CD를 플레이스테이션에 넣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메탈기어 솔리드처럼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사일런트 힐처럼 언제 괴물이 나타날지 긴장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게임의 목적은 정말 단순했습니다.

    펩시맨이 앞으로 계속 달려가고, 플레이어는 길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애물을 피해 제한 시간 안에 목적지까지 도착하면 됩니다. 길을 달리다 보면 자동차가 나타나기도 하고, 공사 현장의 장애물이 길을 막기도 하며,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물건들이 굴러오기도 합니다. 장애물의 위치를 보고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점프하고, 때로는 몸을 낮추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말로만 설명하면 정말 단순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하게 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이번에는 저기서 조금 빨리 피하면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시작해서 전보다 조금 더 멀리 진행하게 되면 은근히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게임 곳곳에서 익숙한 펩시맨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화면 속 펩시맨이 정신없이 달리는 모습과 반복되는 멜로디가 묘하게 잘 어울렸고, 게임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 리듬에 맞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B급 감성과 황당한 연출

    펩시맨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거대한 세계관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엉뚱하고 어설퍼 보이는 분위기가 이 게임만의 개성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즐기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들을 떠올려 보면 철권, 파이널 판타지 7, 바이오하자드, 메탈기어 솔리드처럼 제작 규모가 크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게임들 사이에서 펩시맨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게임의 목적부터 펩시를 전달하는 것이었고, 등장하는 사건들도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열심히 달리던 펩시맨이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는 모습은 마치 예전에 봤던 광고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특히 게임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실사 영상도 펩시맨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게임 전체가 거대한 펩시 광고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오히려 그것을 숨기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펩시맨을 흔히 말하는 B급 게임의 감성을 제대로 보여 주는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대단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십 시간씩 즐길 만큼 방대한 게임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실패해도 화가 나기보다는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 가벼운 재미가 있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전성기의 다양한 게임들

    펩시맨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의 전성기도 생각납니다. 1990년대 말 플레이스테이션에는 정말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대작 RPG와 격투 게임, 공포 게임뿐만 아니라 지금 생각하면 “이런 게임까지 나왔었나?” 싶은 독특한 작품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저와 동생이 주로 즐겼던 게임은 유명한 회사에서 만든 인기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펩시맨처럼 광고 캐릭터를 앞세운 독특한 게임은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크게 성공하면서 게임 시장 자체가 커졌고, 그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어떤 게임은 수십 년이 지나도 최고의 명작으로 이야기되고, 어떤 게임은 잠깐 즐기고 잊혀집니다. 그런데 펩시맨처럼 완성도와는 별개로 독특한 개성 하나 때문에 계속 기억되는 게임도 있습니다. 당시 동생은 제가 군대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구해 놓았습니다. 저는 휴가 때 그중 일부만 잠깐씩 즐길 수 있었고, 나머지 게임들은 제대한 뒤에야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가운데 지금까지 제목과 플레이 장면이 바로 떠오르는 게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펩시맨은 충분히 성공한 게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군 휴가 끝자락의 펩시맨

    펩시맨을 플레이했던 시기도 이 게임을 더욱 기억에 남게 만들었습니다. 9박 10일의 휴가가 처음에는 굉장히 길게 느껴졌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렀습니다. 어느새 복귀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었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쪽도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와 사일런트 힐처럼 몰입감이 강한 게임들을 즐긴 뒤라 그런지, 휴가 막바지에 만난 펩시맨의 가벼운 분위기가 오히려 기분 전환에 잘 맞았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달리고, 장애물을 피하고, 실패하면 웃으면서 다시 시작하면 됐습니다. 아마 다른 시기에 이 게임을 접했다면 그냥 특이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정도로 기억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짧은 군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았던 시기에 동생의 게임 CD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에, 제게는 그때의 상황까지 함께 떠오르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펩시맨에서 거대한 펩시콜라 캔을 피해 달리는 펩시맨
    거대한 펩시콜라 캔에 쫓기며 정신없이 달리는 펩시맨. 단순한 조작과 황당한 상황, 빠른 전개가 어우러진 이 게임만의 유쾌한 B급 감성을 잘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플레이스테이션 펩시맨은 철권이나 파이널 판타지 7, 메탈기어 솔리드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대작은 아니었습니다. 그래픽도 당시의 최고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려웠고, 게임 방식 역시 단순했습니다. 하지만 펩시맨은 자신만의 개성만큼은 정말 확실한 게임이었습니다. 광고 속에서 보던 펩시맨이 화면 안을 정신없이 달리고, 익숙한 음악과 함께 수많은 장애물을 피하며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은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재미였습니다. 진지함 대신 유머를 선택했고, 복잡한 시스템 대신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그 게임을 처음 만났던 순간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군 복무 중 두 번째 휴가를 나와 메탈기어 솔리드와 사일런트 힐에 빠져 지내다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동생의 게임 CD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펩시맨. 지금 다시 플레이한다면 당시처럼 오랫동안 붙잡고 있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은색 슈트를 입은 펩시맨이 정신없이 달리는 화면을 보면 그 시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짧았던 군 휴가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펩시맨은 잘 만든 명작이라서 기억나는 게임이 아니라, 19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 전성기의 자유롭고 독특했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해 주는 추억의 게임​으로 남아 있습니다.